전쟁, 워싱턴 협정 그리고 본과의 합의
제2차 세계대전은 스위스 경제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독일과 결속시켰다. 다만 스위스는 해외 물자 공급에 관해서는 여전히 연합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시경제, 스위스 국립은행(SNB)의 금 매입, 상업은행의 역할은 제F.III장에서 상세히 서술하므로, 여기서는 독일 측의 사정을 간략히 요약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940년 8월 9일의 협정은 스위스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를 독일에 공급할 의무를 지우고 독일에 청산 신용을 제공하였으며, 1941년 7월 18일의 협정은 이 신용을 1942년 말까지 8억 5,000만 프랑으로 증액하였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스위스는 약 25억 프랑 상당의 물자를 독일에 공급하였고, 그중 14억 프랑은 넓은 의미의 군수물자였다. 1939년 12월 1일부터 1945년 6월 30일까지 국립은행과 독일 제국은행(Reichsbank)은 약 12억 1,100만 프랑 규모의 금 거래를 하였다.1
이 관계의 중심에는 취리히의 기관들이 있었다. 독일과의 국가 통제 지급거래를 관리하고, 이후 전후에 동결된 독일 자산을 관리한 스위스 청산청은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독일 기업들은 스위스 중개인을 통해 해외 보유 자산을 위장하였다. 종전 시점에 스위스에 있던 독일 자산의 규모와 그중 공식적으로 신고되지 않은 비율에 관한 독립전문가위원회의 추정치는 제F.III장에 제시되어 있다. 1945년 2월 16일 연방평의회는 스위스 내 독일 자산을 동결하였다. 이 조치는 로클린 커리(Lauchlin Currie)가 이끄는 연합국 사절단의 압력 아래 취해진 것이었다.
1946년 5월 25일의 워싱턴 협정은 스위스에 2억 5,000만 프랑을 금으로 연합국에 지급하고, 독일에 거주하는 독일인의 자산을 청산하여 그 대금의 절반을 연합국에 귀속시킬 의무를 부과하였다. 그 대가로, 제F.III장에서 상세히 설명하듯이, 연합국은 블랙리스트를 해제하고 국립은행이 매입한 금에 관한 추가 청구를 포기하였다.2 스위스 당국은 청산을 사유재산에 대한 간섭으로 보았기 때문에, 청산은 더디고 마지못해 진행되었다. 독일연방공화국이 수립되자 베른은 본(Bonn)과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택하였다. 스위스와 독일연방공화국 간의 외교관계는 1951년 3월 16일에 재개되었다. 1952년 8월 26일에 체결되어 1953년에 발효된 협정들은 독일연방공화국이 지급하는 일괄 금액을 대가로 스위스 내 독일 자산의 동결을 해제하고, 전시 청산에서 발생한 채권을 정산하였다. 후자에 따라 독일연방공화국은 스위스에 6억 5,000만 프랑을 지급하였고, 스위스는 그중 2억 프랑을 독일에 재투자하여야 하였다.3
1952년의 합의가 취리히에 대해 갖는 의미는 그 금액을 넘어선다. 이 합의는 신생 독일연방공화국이 체결한 최초의 국제협정 가운데 하나로서, 독일 소유자들이 스위스 자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시켰다. 이는 1953년의 런던 채무협정이 스위스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포함하여 독일의 전쟁 이전 대외채무를 규율하던 시점과 맞물렸다. 두 합의는 함께 한 세기 동안 취리히와 독일 사이에 자본이 흘러온 통로를 다시 열었다. 그것은 정부 간의 실용적 타협을 기초로 이루어졌으며, 전쟁이 제기한 도덕적 문제는 미결로 남겨 두었다. 이 문제는 1990년대에 다시 대두되었으며, 제F.III장과 제F.VI장의 주제이다. 그러나 독일과 스위스 간의 금융 관계에 있어 1950년대 초는 비즈니스가 정치에 우선한 40년의 시작을 의미하였다.
주석
- HLS(Historisches Lexikon der Schweiz), “Deutschland”(앞의 인용), 제2차 세계대전 부분. HLS는 이 금 거래에서 국립은행이 얻은 이익을 1,840만 프랑이라는 크지 않은 금액으로 제시한다. ↩
- HLS, “Deutschland”(앞의 인용), 1945년 이후 시기 부분. 이 부분은 워싱턴 협정을 청산된 독일 자산의 절반과 금 2억 5,000만 프랑을 연합국에 양도한 것으로 요약한다. ↩
- HLS, “Deutschland”(앞의 인용), 1945년 이후 시기 부분. 독일 자산에 관한 협정의 이행과 독일 법원에 의한 그 심사는 제F.III장에서 논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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