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신탁 도입 계획과 그 폐기
동의안에서 초안까지
외국 신탁의 승인은 스위스를 기묘한 처지에 놓이게 하였다. 스위스 은행, 수탁자, 변호사들은 매일 신탁을 관리하였지만, 신탁을 이용하려는 스위스 가문은 외국법, 대개 저지, 건지 또는 잉글랜드의 법을 선택해야 했고, 흔히 외국 수탁자도 선택해야 했다. 2010년대에 의회와 업계에서는 스위스가 독자적인 신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지지자들은 스위스 신탁이 관련 법률·수탁·자문 업무를 국내에 머물게 하고, 스위스 가문에 스위스 법원의 관할을 받는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또한 이미 1926년에 「인·회사법」(PGR)에 신탁 규정을 둔 리히텐슈타인의 예를 들었다.1
2018년 의회는 연방평의회에 스위스법상 신탁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동의안 18.3383을 채택하였다. 2018년 6월 전문가 그룹이 작업을 시작하였다. 2022년 1월 12일 연방평의회는 「스위스 채무법」(CO) 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개시하였으며, 이 절차는 2022년 7월 7일까지 진행되었다.2 초안은 신탁을 계약상의 제도로서 「스위스 채무법」에 편입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그 내용은 수탁자가 신탁 자산을 분리된 재산으로 보유하도록 하고, 수탁자의 의무와 수익자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두며, 보호자(프로텍터)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초안에는 세법 규정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규정이 채택되었다면 처음으로 「연방 직접세법」과 「조세조화법」에 신탁 과세가 명문화되었을 것이다. 이 규정들은 여러 측면에서 회람 제30호에 따른 실무와 달랐으며, 그 차이는 철회 불능 재량 신탁의 취급에서 가장 두드러졌다.3
2023년 9월 15일 연방평의회의 결정
의견수렴 절차는 지지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2023년 9월 15일 연방평의회는 그 결과를 확인하고, 현재로서는 스위스법상 신탁 도입에 대한 충분한 정치적 합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세법 규정은 분명한 반대에 부딪혔다. 많은 응답자가 스위스에 자산 설계 및 승계 설계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 데 동의하였지만, 영미식 신탁이 스위스의 목적에 맞는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응답자들은 또한 회람에 따른 기존 세무 실무의 유지를 선호한다는 뜻을 밝혔다.4 이에 연방평의회는 의회에 제출할 교서를 준비하지 않기로 하고 동의안 18.3383의 폐기를 요청하였다. 전주의회는 2023년 12월 12일, 국민의회는 2024년 2월 27일에 이에 동의하였다. 이 동의안은 그 후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으며, 스위스는 국내 신탁법 없이 헤이그 협약에 따라 외국 신탁을 계속 승인하고 있다.5
이 프로젝트의 실패는 세금 문제를 넘어서는 설명을 필요로 한다. 국내 신탁은 물권법정주의(numerus clausus), 소유권과 채권의 명확한 구별, 상속에서의 유류분 위에 구축된 대륙법 체계에 들어맞아야 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 하나하나가 신탁과 상충한다. 초안은 계약적 구성을 통해 이를 조화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많은 실무가들은 스위스 신탁이 대체하려던 외국 신탁보다 유연성은 떨어지면서 세무 위험은 더 클 것을 우려하였다. 이미 저지나 케이맨 신탁을 이용하던 국제 고객들은 갈아탈 이유가 거의 없었고, 스위스 고객들은 검증되지 않은 수단을 채택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또한 스위스 금융 중심지가 외국 고객에 대한 은행 비밀유지의 종언, 자동정보교환의 도입, 「금융기관법」(FinIA)에 따른 수탁자 인가를 소화하던 시기와 겹쳤다. 입안자들은 정치적 분위기가 개인 자산을 위한 새로운 기회보다 투명성과 통제를 선호하던 시점에 매력적인 신탁을 설계해야 했다.
보호자, 의향서와 실무
스위스 신탁이 없는 상황에서 취리히 실무는 외국 신탁을 활용하며, 이를 둘러싼 제도에 관하여 상당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보호자이다. 보호자는 흔히 신뢰받는 자문가나 가족 구성원으로서, 신탁증서에 따라 수탁자의 특정 결정에 동의하거나 이를 거부하고, 수탁자를 해임·선임하거나, 준거법을 변경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다. 대륙법 국가 출신 가문에게 보호자는 수탁자의 재량에 대한 안심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된다. 스위스 변호사들은 수탁자가 역외 또는 취리히에 소재한 외국 신탁의 보호자로 자주 활동한다.
이 지위에는 고유한 위험이 따른다. 보호자가 신인의무를 부담하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부담하는지는 신탁의 준거법과 신탁증서의 문언에 따라 달라진다. 위탁자와 지나치게 밀착된 보호자는 세무당국이 신탁을 철회 가능 신탁으로 취급할 근거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앞 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가족의 변호사나 자문가를 겸하는 보호자는 가족 구성원 간에 의견이 갈릴 때 이해상충에 직면할 수 있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구속력 없는 희망을 표명하는 의향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한다. 의향서는 수탁자를 인도하는 데 유용하지만, 법원이나 세무당국은 이를 위탁자가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실무가들은 신탁 준거법과 스위스 세무 실무를 모두 염두에 두고 보호자 조항과 의향서를 작성한다.
주석
- Marxer & Partner, “Der Trust / The Trust”, 1926년 1월 20일 「인·회사법」(PGR) 제897조–제932조의 신탁(Treuhänderschaft) 규율과 영미 신탁을 포괄적으로 성문화한 최초의 유럽 대륙 국가로서의 리히텐슈타인에 관한 자료, https://www.marxerpartner.com/files/media/Downloads/Der_Trust_DEU_ENG.pdf. ↩
- 연방 법무청, “Einführung eines Schweizer Trusts”, https://www.bj.admin.ch/de/einfuehrung-eines-schweizer-trusts. ↩
- Walder Wyss, Newsletter No. 163, 2022년 1월 12일 연방평의회가 개시한 의견수렴 절차, 신탁에 관한 법정 과세 규정안, 그리고 회람 제30호와 달리 철회 불능 재량 신탁을 독립된 납세의무자로 취급하는 방안에 관한 자료, https://www.walderwyss.com/assets/content/publications/Newsletter-163_D.pdf. ↩
- LAW.CH, “Schweizer Trust: Einführung derzeit nicht mehrheitsfähig”, LAWNEWS, 2023년 9월, https://law.ch/lawnews/2023/09/schweizer-trust-einfuehrung-derzeit-nicht-mehrheitsfaehig/. ↩
- 연방 법무청, “Einführung eines Schweizer Trusts”, URL은 위와 같다. ↩
일반적인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글은 법률 또는 세무 자문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자문을 대체하지 않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 관계를 성립시키지 않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의 법적 상황을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