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의 언어 상황
국가적 틀과 취리히의 수치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의 네 가지 국어를 인정한다. 이 가운데 앞의 세 언어는 모든 목적에서 연방의 공용어이고, 로만슈어는 로만슈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공용어이다(「스위스 연방헌법」 제4조 및 제70조 제1항). 연방통계청(BFS)은 연례 구조조사를 통해 언어 지형을 측정하며, 이 조사에서 15세 이상의 응답자는 여러 개의 주 언어를 응답할 수 있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상주 인구의 62%가 독일어 또는 스위스 독일어를, 23%가 프랑스어를, 8%가 이탈리아어를, 0.5%가 로만슈어를 주 언어로 꼽았으며, 23%는 국어가 아닌 언어를 꼽았다. 복수 응답이 허용되므로 수치의 합계는 100%를 넘는다. 영어는 모든 언어 가운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주 언어로서 영어의 비중은 2010년 4.5%에서 2020년 6.7%로 상승했으며, 그 대부분은 다른 언어와 함께 응답된 경우였다. 영어 사용자의 비중은 독일어권 지역보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약간 더 높았다.1 이후의 수치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2025년 2월에 보도된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취업 인구의 23%가 직장에서 영어를 사용했다. 이로써 영어는 28%인 프랑스어에 근접했고, 8%인 이탈리아어를 크게 앞섰다. 연방통계청은 국어가 아닌 주 언어의 증가를 두드러진 현상으로 기술했다.2
취리히주(칸톤)는 같은 양상을 더 뚜렷한 형태로 보여 준다. 주 통계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취리히주의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약 82%가 독일어를 주 언어로 꼽았다. 영어는 8%로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주 언어가 되었으며, 6%인 이탈리아어와 4%인 알바니아어를 앞섰다. 역사적 비교는 놀랍다. 1970년에는 취리히주 인구의 1% 미만이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했으나, 2010년에는 6%, 2016년에는 8%가 그러했다. 이 연구는 또한 젊은 층에서 다언어 구사가 증가하고 있으며, 15~24세 인구의 4분의 1이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3 취리히시에서는 영어의 비중이 더욱 높다. 2019~2021년을 합산한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주민의 74.5%가 독일어 또는 스위스 독일어를, 13.9%가 영어를 주 언어로 꼽았고, 그 뒤를 이탈리아어 6.1%, 프랑스어 4.8%, 스페인어 4.4%가 이었다. 시 주민의 40% 가까이가 가정, 직장 또는 교육 현장에서 정기적으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했다. 가정에서 스위스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 가운데 94%는 직장에서도 스위스 독일어를 사용했으며, 37%는 업무상 영어도 사용했다.4
언어 관련 수치는 인구 구성을 반영한다. 2025년 말 현재 취리히주의 외국인 거주자는 45만 5,800명으로 인구의 29%를 차지했다. 독일인이 전체 외국인 거주자의 22%로 가장 큰 집단을 이루었으며, 이는 약 10만 명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탈리아인 14%, 포르투갈인 7%가 이었다.5 따라서 취리히의 독일인 공동체는 대부분의 스위스 도시 인구보다 규모가 크다. 그 구성원들은 표준어를 사용하며, 취리히가 국경을 훨씬 넘어 펼쳐진 독일어권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가장 눈에 띄게 일깨워 주는 존재이다. 반면 영어 사용 인구는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다. 영국, 미국, 아일랜드, 인도 및 기타 영연방 국가 출신의 원어민이 있고,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다른 출신 사람들이 있다. 후자에게 영어는 국제적 환경에서 업무와 일상생활의 언어이다.
양층언어: 표준 독일어와 Züritüütsch
독일어권 스위스인은 언어학자들이 양층언어(diglossia)라고 부르는 상황, 즉 같은 언어의 두 변종이 기능적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스위스 독일어 방언은 거의 모든 구어 의사소통에 쓰이는 반면, 스위스식 표준 독일어는 문어의 언어이자 의회 토론, 학교 수업, 뉴스 방송, 법정 심리와 같은 특정한 공식적 구어 상황의 언어이다. 스위스 역사사전(Historisches Lexikon der Schweiz)은 매체에 따른 구분, 곧 말할 때는 방언, 쓸 때는 표준 독일어라는 의미에서 mediale Diglossie를 언급한다. 2000년 연방 인구조사의 수치는 이 양상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려 있는지를 보여 준다. 당시 독일어 사용자의 85.1%가 일상생활에서 방언을 사용했고, 56.6%는 표준 독일어를 입으로 말하는 일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6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가 확산된 이후로는 방언이 문자 의사소통에도 진입했지만, 법률 문서, 공문, 계약서에서는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연방통계청의 직장 관련 수치는 같은 구분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 준다. 2020년 독일어권 지역 취업자의 83%가 직장에서 스위스 독일어를, 43%가 표준 독일어를 사용했으며, 영어 사용자는 21%였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전국 차원에서 직장 내 스위스 독일어 사용은 67%에서 63%로 약간 감소한 반면, 표준 독일어 사용은 32%에서 34%로 증가했다.7 표준 독일어 쪽으로의 이러한 소폭 이동은 노동시장의 국제화를 반영한다. 팀에 독일, 오스트리아 또는 더 먼 곳에서 온 동료가 있으면 회의는 표준 독일어나 영어로 진행되고, 방언은 휴식 시간과 복도로 물러난다. 취리히주가 새로 이주한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안내는 이 규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모든 문자 의사소통에는 표준 독일어가 쓰이고 일상 대화에서는 방언이 지배적이며, 새로 온 사람들은 표준 독일어로 말하고 표준 독일어로 답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8
취리히시와 취리히주의 방언인 Züritüütsch는 고지 알레만어 계열에 속한다. 이 방언은 전국 미디어와 광고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방언인데, 이는 한편으로는 취리히 인구의 규모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송과 출판이 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용자들은 이 방언을 자연스러운 말하기 방식으로 여기지만, 다른 지역 사용자들은 이를 경제 중심지의 목소리, 즉 베른이나 중부 스위스의 방언보다 빠르고 단호한 말투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새로 온 사람들에게 이 방언은 실질적인 장애물이다. 취리히로 이주한 독일인들은 표준 독일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만, 관계가 형성되는 비공식적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방언을 흉내 내려는 시도가 자신들의 표준 독일어보다 더 큰 짜증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한다.9 따라서 취리히에서 스위스인과 독일인 사이의 언어적 경계는 소속감의 문제이다. 양측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즈니스 관계에 미치는 결과는 아래에서 더 살펴본다.
이 방언은 또한 한 세기 반이 넘도록 취리히에서 학문적 보살핌의 대상이 되어 왔다. 스위스 독일어 대사전인 Schweizerisches Idiotikon은 1862년에 창간되었다. 이 사전은 중세 후기부터 현재까지 스위스의 알레만어 방언을 기록하며, 스위스 인문사회과학원(SAGW)이 지원하는 국가 사전 가운데 하나이다.10 초기 권들은 Friedrich Staub와 Ludwig Tobler의 편집으로 “gesammelt auf Veranstaltung der Antiquarischen Gesellschaft in Zürich”라는 표제 아래 간행되었다.11 이러한 기관의 존재는 방언의 자신감을 잘 보여 준다. 그 사용자들은 방언을 고유한 역사와 고유한 품격을 지닌 언어 변종으로 여긴다.
방언의 정치적 무게
1930년대 이후 방언은 정치적 무게도 지니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의 위신이 약화된 뒤, 특히 1933년 이후 방언은 나치 독일에 맞선 국가의 정신적 방위인 Geistige Landesverteidigung의 일환으로 의도적으로 육성되었으며, 스위스 정체성과 북쪽 이웃 나라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가 되었다.12 흔히 Mundartwelle라고 불리는 두 번째 물결은 20세기 후반에 방언을 정치, 교회, 학교, 대중매체로 확산시켰다. 최근 수십 년 동안에는 주의 유권자들이 직접 개입했다. 2011년 5월 15일 취리히주 유권자들은 국민발안 “Ja zur Mundart im Kindergarten”을 가결했으며, 이에 따라 방언이 유치원의 주된 교육 언어가 되었다. 2012년 8월 이후 유치원에서 표준 독일어는 노래, 시구, 역할극과 같이 표준어와 분명한 관련이 있는 상황으로 제한되었다.13 이러한 결정은 방언이 투표함에서 지켜지는 공공재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금융 중심지에 방언의 정치적 무게는 두 가지 얼굴을 갖는다. 그것은 취리히를 자산을 보유하기에 안정적인 곳으로 만드는 사회적 결속과 지역 정체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완전히 통합되기를 원하는 외국 전문가들에게는 문턱을 높인다. 취리히의 많은 국제 은행과 보험회사는 영어를 사내 업무 언어로 삼는 것으로 대응해 왔다. 이 관행은 전 세계에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지역 사회와 느슨하게만 연결된 별개의 직업 세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두 세계 사이의 긴장은 외국 인재에 대한 취리히의 매력을 논의할 때 거듭 등장하는 주제이다.
주석
- 연방통계청(BFS), Sprachenlandschaft in der Schweiz (2022), 제2장 “Hauptsprachen”, https://www.swissstats.bfs.admin.ch/data/webviewer/appId/ch.admin.bfs.swissstat/article/issue220122022200-05/package. 2020년에 가장 많이 쓰인 그 밖의 비국어는 포르투갈어(3.5%), 알바니아어(2.8%), 스페인어 및 보스니아어·크로아티아어·몬테네그로어·세르비아어 그룹(각 2.4%)이었다. ↩
- SRF News, “Nicht-Landessprachen auf dem Vormarsch”, 2025년 2월 17일, https://www.srf.ch/news/schweiz/englisch-als-arbeitssprache-nicht-landessprachen-auf-dem-vormarsch. 이 보도는 또한 인구의 39%가 직장에서 여러 언어를 사용했으며, 아동의 44%가 가정에서 둘 이상의 언어와 함께 성장했다고 전한다. ↩
- Statistisches Amt des Kantons Zürich, Julie Craviolini, “Fremdsprachen und Zuwanderung: Die Soziodemografie der Fremdsprachen im Kanton Zürich”, statistik.info 2018/03, https://www.web.statistik.zh.ch/ogd/daten/ressourcen/KTZH_00000615_00001527.pdf. ↩
- Stadt Zürich, Wie spricht Zürich? Daten und Fakten aus der Strukturerhebung, 2023년 Zürcher Migrationskonferenz 발표 자료, https://www.stadt-zuerich.ch/content/dam/web/de/politik-verwaltung/kommunikation-und-transparenz/sprache/wie-spricht-zuerich-2023.pdf. 2019~2021년 BFS 구조조사를 합산한 자료에 기초한다. ↩
- Migrationsamt des Kantons Zürich, Migration im Kanton Zürich: Zahlen und Fakten 2025, https://www.zh.ch/content/dam/zhweb/bilder-dokumente/organisation/sicherheitsdirektion/migrationsamt/zahlen_und_fakten_2025.pdf (기준일 2025년 12월 31일). ↩
- Historisches Lexikon der Schweiz (HLS), “Deutsch”, 2018년 1월 24일 판, https://hls-dhs-dss.ch/articles/011194/2018-01-24/. 이 항목은 또한 약 1350년부터 1650년 사이에 문어가 알레만어 형태에서 초기 신고지 독일어 형태로 점진적으로 이행한 과정을 서술한다. ↩
- 연방통계청(BFS), Sprachenlandschaft in der Schweiz (2022), 제4장 “Sprachen bei der Arbeit”, https://www.swissstats.bfs.admin.ch/data/webviewer/appId/ch.admin.bfs.swissstat/article/issue220122022200-07/package. 직장 내 영어 사용 비중은 스위스 전체로는 21%, 3차 산업 부문에서는 22%였다. ↩
- Kanton Zürich, “Sprache – Informationen für Neuzugezogene”, https://www.zh.ch/de/migration-integration/willkommen/deutsch/sprache.html. 이 페이지는 또한 독일어 능력이 체류허가 연장과 영주허가의 요건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
- SRF Radio 1, Nadia Zollinger and André Perler, “Deutsche in der Schweiz: «Jeder und jede kann Schweizerdeutsch lernen!»”, 2022년 8월 18일, https://www.srf.ch/radio-srf-1/mundart/deutsche-in-der-schweiz-jeder-und-jede-kann-schweizerdeutsch-lernen. 방언을 익힌 한 독일인 인터뷰 대상자는 스위스 독일어로 표현한 피드백이 같은 내용을 표준 독일어로 전한 경우보다 더 잘 받아들여졌으며, 일부 스위스인은 독일인이 아예 방언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 스위스 인문사회과학원(SAGW), “Schweizerisches Idiotikon”, https://www.sagw.ch/de/foerderung/nationale-woerterbuecher/schweizerisches-idiotikon: “Gegründet wurde das Schweizerische Idiotikon 1862.” 이 사전은 Verein für das Schweizerdeutsche Wörterbuch가 운영한다. ↩
- The Online Books Page (University of Pennsylvania), Ludwig Tobler 항목, https://onlinebooks.library.upenn.edu/webbin/who/Tobler%2c%20Ludwig%2c%201827%2d1895: “Schweizerisches Idiotikon: Wörterbuch der schweizerdeutschen Sprache. Gesammelt auf Veranstaltung der Antiquarischen Gesellschaft in Zürich unter Beihülfe aus allen Kreisen des Schweizervolkes” (J. Huber, 1881). 기여자 가운데 Friedrich Staub가 포함되어 있다. ↩
- HLS, Manfred Gsteiger et al., “Dialekte”, https://hls-dhs-dss.ch/de/articles/024595/. 이 항목은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취리히 인구의 30% 이상이 외국인, 그것도 대부분 독일인이었고 이것이 방언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는 점,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스위스 독일어가 정치, 교회, 학교, 대중매체를 포함한 공공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
- Kanton Zürich, 2011년 11월 30일 보도자료, “Unterrichtssprache im Kindergarten neu geregelt”, https://www.zh.ch/de/news-uebersicht/medienmitteilungen/2011/11/311_unterrichtssprache.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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