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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3일의 결정과 회색 목록

UBS 사건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전개되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로 주요 경제국의 관심은 공공 재정 수입으로 옮겨 갔고, 조세피난처는 주요 20개국(G20)의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독일 재무장관 Peer Steinbrück는 스위스를 “채찍”으로 위협하고, 스위스를 기병대를 두려워해야 하는 인디언에 비유하였는데, 이러한 발언은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반감을 불러일으켰다.1 OECD는 「OECD 모델조세협약」 제26조에 규정된 정보교환 기준을 약속하지 않은 국가·지역의 목록을 준비하였다. 스위스는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벨기에와 함께 이 조항에 유보를 두었고, 그에 따라 단순한 조세 포탈 사안에서의 정보교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UBS 합의로부터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09년 3월 13일, 연방평의회는 스위스가 OECD 기준을 채택하고 제26조에 대한 유보를 철회한다고 발표하였다. 법학자 Peter V. Kunz는 몇 주 뒤 쓴 글에서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스위스는 앞으로 조세 사기뿐 아니라 조세 포탈 사안에서도 정보를 교환하되, 외국 당국의 구체적이고 이유가 붙은 요청에 따라 개별 사안에서만 교환하므로 “무차별적 정보 탐색(fishing expedition)”은 여전히 배제된다. 스위스 납세자와 스위스 세무당국 사이의 국내 관계에서 은행 비밀유지는 그대로 유지되었다.2 연방평의회는 국내법을 바꾸지 않았고, 표준 조항을 담은 새로운 또는 개정된 이중과세방지협정을 협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변화가 협정별로 효력을 발생하고, 각 개정의 발효 이후 기간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 결정은 가시적인 압력 아래에서 내려졌으며, 그 시점이 중요하였다. 2009년 4월 2일 G20이 런던에서 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OECD는 자신의 기준을 약속하였으나 아직 실질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국가·지역의 목록을 공표하였다. 스위스는 이른바 이 회색 목록에 올랐다.3 스위스 정치인들은 이 목록 등재에 분개하였다. 스위스는 이미 방침 전환을 발표하였고, 스스로 OECD의 창설 회원국이었기 때문이다. 목록에서 제외되기 위한 기준은 새로운 기준을 담은 협정을 최소 12건 서명하는 것이었다.

연방평의회는 이례적인 속도로 협상을 진행하였다. 2009년 9월 24일 연방 대통령 Hans-Rudolf Merz는 카타르와 새로운 이중과세방지협정에 서명하였다. 이로써 스위스는 확대된 행정공조 조항을 담은 협정 12건에 서명하였고, OECD 사무국은 스위스를 회색 목록에서 제외하였다.4 이후 몇 년간 협정망은 확대되었다. 2013년 11월까지 스위스는 50개가 넘는 국가 및 지역과 새로운 기준을 담은 협정을 체결하였다.5

2009년 3월 13일의 결정은 조세 포탈과 조세 사기의 구별이 외국 고객을 그 본국 세무당국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하지 못하게 된 시점을 나타낸다. 이 결정만으로 정보가 흐르게 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요청은 여전히 납세자를 특정하고, 조세 목적을 밝히며, 해당 협정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국이 개정 협정을 체결한 고객의 경우, 스위스 계좌의 보호는 이제 그 나라의 세무당국이 요청을 작성할 만큼 충분히 알고 있는지에 달려 있었다. 그때부터 미신고 외국 고객에게 은행 비밀유지가 갖는 가치는 적발을 가로막는 실제적 장애에 있었다. 도난 데이터의 매입, 은행에 대한 협력 압력, 그리고 집단 요청의 도입은 그러한 장애를 점차 제거해 나갔다.

주석

  1. “Steinbrück peitscht, die Schweiz spioniert”, swissinfo.ch, 2017년 5월 5일, https://www.swissinfo.ch/ger/wirtschaft/analyse_spion-im-dienst-ihrer-majestaet/43160522. 이 기사는 채찍에 관한 발언(2008년)과 유마의 제7기병대에 빗댄 비유(2009년)를 인용한다. ↩
  2. Peter V. Kunz, “OECD-Musterabkommen und die Schweiz: Wie den Vorbehaltsverzicht umsetzen?”, Die Volkswirtschaft, 2009년 6월 1일, https://dievolkswirtschaft.ch/de/2009/06/kunz/. Kunz는 이 변화를 이행하는 개정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임의적 국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
  3. “Switzerland pays the price for banking secrecy”, swissinfo.ch, 2012년 8월 30일, https://www.swissinfo.ch/eng/business/switzerland-pays-the-price-for-banking-secrecy/33393118. 이 기사는 2009년 4월의 목록 등재와 2009년 9월의 목록 제외를 기록하고 있다. ↩
  4. 연방평의회, “Switzerland removed from OECD ‘grey list’”, 보도자료, 2009년 9월 24일, https://www.admin.ch/gov/en/start/documentation/media-releases.msg-id-29205.html. ↩
  5. 연방평의회, Amts- und Rechtshilfe in Steuersachen – Gleichbehandlung(앞의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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