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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표준 독일어와 법률 언어

표준어의 국가별 변종

독일어는 여러 국가별 표준 변종을 가진 복수중심 언어이다. 스위스에서 쓰이는 표준 독일어는 어휘, 철자, 문법, 발음에서 독일 및 오스트리아의 표준 독일어와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독일어의 표준 사전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언어학자들은 스위스 특유의 요소를 헬베티즘(Helvetismen)이라 부른다.1 그 가운데 일부는 일상생활에 속하는 것으로, 자전거를 뜻하는 Velo나 주차를 뜻하는 parkieren이 그 예이다. 다른 일부는 국가와 법의 영역에 속한다. 스위스에서는 결정을 Entscheid라고 하는 반면, 독일의 어법은 Entscheidung을 선호한다. 회의의 안건은 Traktandum, 법률 초안에 대한 정당 및 단체의 의견 청취 절차는 Vernehmlassung, 주(칸톤) 정부의 구성원은 Regierungsrat라고 한다. 금전채권의 강제집행은 Betreibung이라 하는데, 이 용어는 독일법에 대응하는 개념이 없다.2

가장 눈에 띄는 철자상의 차이는 Eszett가 없다는 점이다. 연방 행정부의 공식 표기법을 정하는 연방 내각사무처(Bundeskanzlei)의 독일어 맞춤법 지침은 ß가 1930년대부터 스위스에서 점차 사라졌으며, 그 결과 스위스의 텍스트는 모든 위치에서 ss로 표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지침은 독일어권 스위스가 프랑스어 및 이탈리아어 차용어를 원래 형태에 더 가깝게 유지함으로써 나라의 다른 지역에 대한 “충성”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독일어식으로 고친 철자 대신 Communiqué라고 쓴다.3 연방 내각사무처의 작성 지침은 스위스 텍스트임을 즉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추가적인 관행도 정하고 있는데, 1’000과 같은 숫자에서 아포스트로피를 천 단위 구분 기호로 쓰는 것이 그 예이다. 이 지침은 또한 연방의 텍스트에서 스위스의 특수성을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4 따라서 취리히에서 독일 고객을 위해 작성된 계약서는 한눈에 스위스의 것임을 알아볼 수 있다. 형식은 텍스트 배후에 있는 법체계를 드러낸다. Strasse와 CHF 1’000’000이라고 쓰는 문서는 스위스법과 스위스의 관행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 준다.

스위스법의 어휘

스위스와 독일의 법률 언어 사이의 차이는 철자를 훨씬 넘어선다. 이러한 차이는 두 나라가 각자 다른 시기에 별도로 사법(私法)을 법전화하였기 때문에 생겨난다. 「스위스 민법」(ZGB)은 1900년에 공표된 초안을 바탕으로 Eugen Huber가 기초하였으며, 1907년 12월 10일에 채택되어 개정된 「스위스 채무법」(OR)과 함께 1912년 1월 1일에 시행되었다. Huber는 지역의 관습을 국가적 법전화에 편입함으로써 전통과 혁신을 결합하고자 하였다.5 스위스의 법전들은 교양 있는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언어로 흔히 칭송받는 반면, 1896년에 제정되어 1900년부터 시행된 「독일 민법전」(BGB)은 추상적이고 기술적인 문체로 알려져 있다.6 그 결과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일군의 평행 용어가 생겨났다. 스위스법에서 상호 채권의 상계는 Verrechnung(「스위스 채무법」 제120조 이하)이라 하는 반면, 독일법은 Aufrechnung(BGB 제387조 이하)이라고 한다. 계약상 위약금은 스위스에서는 Konventionalstrafe(OR 제160조), 독일에서는 Vertragsstrafe(BGB 제339조)이다. 유언집행자는 「스위스 민법」 제517조에 따르면 Willensvollstrecker, BGB 제2197조에 따르면 Testamentsvollstrecker이다. 구분소유권은 ZGB 제712a조 이하에 따라 Stockwerkeigentum이라 하는 반면, 독일법은 「주거소유권법」(Wohnungseigentumsgesetz)에 따라 Wohnungseigentum이라는 용어를 쓴다. 타인의 토지 위에 건축할 권리는 ZGB 제779조에 따라 Baurecht, 독일의 「지상권법」(Erbbaurechtsgesetz)에 따라 Erbbaurecht이다.

이들 쌍의 대부분에서 기초가 되는 제도는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유사하다. 국경을 넘는 실무의 위험은 다른 곳, 즉 두 체계 모두에 존재하지만 의미가 다른 단어에 있다. 독일의 어법에서 Baurecht는 주로 건축 및 도시계획에 관한 공법을 뜻하는 반면, 스위스 사법에서는 물권을 뜻한다. Baurecht가 기재된 스위스 토지등기부 발췌본을 읽는 독일 변호사는 이를 완전히 오해할 수 있다. 스위스의 Hypothek는 일상 언어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가리키는 반면, 독일의 Hypothek는 특정한 담보권으로서 오늘날에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실무에서는 대부분 Grundschuld로 대체되었다. 스위스의 Schuldbrief는 ZGB 제842조 이하에 따른 유통 가능한 저당증권으로서 스위스 주택담보대출에서 선호되는 담보이며, 현재 독일 실무에는 정확히 대응하는 것이 없다. 이러한 ‘거짓 친구’들은 공통의 언어가 공통의 이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 변호사가 같은 독일어 단어를 읽고도 서로 다른 법제도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의 언어와 연방대법원

법원은 법률 독일어의 스위스적 성격을 강화한다. 로잔에 있는 연방대법원은 공용어 가운데 하나로, 원칙적으로 불복 대상 결정의 언어로 판결을 내리며, 주요 판례를 공식 판례집 BGE(Entscheidungen des Schweizerischen Bundesgerichts)에 원어로 공간한다. 따라서 취리히 사건에 대한 판결은 대개 독일어로, 제네바 사건에 대한 판결은 프랑스어로, 티치노주 사건에 대한 판결은 이탈리아어로 작성된다. 이는 절차를 공용어로, 원칙적으로 불복 대상 결정의 언어로 진행한다는 「연방대법원법」(BGG)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연방대법원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적어도 두 개 언어로 판례를 읽어야 한다. 스위스 은행법에 관한 주요 판례는 제네바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작성되었을 수 있으며, 그럼에도 그 판시 이유는 취리히의 분쟁을 규율한다. 여러 민간 간행물이 다른 언어권의 독자를 위해 중요한 판결을 번역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Die Praxis는 공식 판례집에 공간될 예정인 프랑스어 및 이탈리아어 판결을 모두 독일어로 번역하며 198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카이브를 제공한다.7

스위스 판결의 문체 또한 독일 판결의 문체와 다르다. 스위스 법원은 번호를 붙인 판단 이유(Erwägungen)로 판결을 작성하고, 자신의 선례를 공식 판례집의 권, 편, 면으로 인용하며, 법문이 불명확할 때에는 법률의 세 언어본을 자주 검토한다. 독일 법원은 독일 법학 교육의 Gutachtenstil(감정서 문체)와 Urteilsstil(판결 문체)에 의해 형성된 문체로 판결을 작성하며, 연방통상법원(Bundesgerichtshof)의 판결을 민사판례집(BGHZ) 또는 형사판례집(BGHSt)의 권과 면으로 인용한다. 법원 자체의 명칭도 헌법 구조의 차이를 반영한다. 스위스의 Bundesgericht는 민사, 형사, 행정 및 사회보장법에 관한 단일한 최고법원인 반면, 독일은 최고 재판권을 연방통상법원(Bundesgerichtshof), 연방행정법원(Bundesverwaltungsgericht), 연방재정법원(Bundesfinanzhof), 연방노동법원(Bundesarbeitsgericht), 연방사회법원(Bundessozialgericht)에 나누어 맡기고 있으며,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는 이와 별도로 존재한다. 주 차원에서 취리히에는 Obergericht(고등법원), Handelsgericht(상사법원), 지방법원(Bezirksgerichte)이 있는데, 그 어느 것도 독일의 법원과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다. 제I.I장에서 다룬 취리히 상사법원은 상인 출신 비법률가 판사가 참여하는 전문 법원으로서 주 차원의 제1심이자 유일심 법원이다. 독일법도 「법원조직법」(GVG) 제93조 이하에 따른 지방법원의 Kammern für Handelssachen(상사부)에 상인 출신 비법률가 판사를 두고 있지만, 이들 재판부는 일반 법원 체계의 일부로서 주고등법원(Oberlandesgericht)에 대한 완전한 항소가 인정된다.

주석

  1. “Variantenwörterbuch des Deutschen”, 독일어판 Wikipedia, https://de.wikipedia.org/wiki/Variantenwörterbuch_des_Deutschen: Ulrich Ammon, Hans Bickel, Jakob Ebner 외, Variantenwörterbuch des Deutschen (Berlin: de Gruyter, 2004). 이 사전은 “betrachtet Deutsch als plurizentrische Sprache und stellt die standardsprachlichen Varianten der Länder mit Deutsch als Amtssprache einander gleich”. ↩
  2. Wikipedia, “Liste von Helvetismen”, 정치 및 행정 항목, https://de.wikipedia.org/wiki/Liste_von_Helvetismen. 이 목록은 Betreibung, Entscheid, Traktandum, Vernehmlassung, Stimmbürger, Regierungsrat를 행정 분야의 헬베티즘으로 들고 있다.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더 나은 출처가 없어 참고용으로 인용한다. ↩
  3. Schweizerische Bundeskanzlei, Leitfaden zur deutschen Rechtschreibung, 제4개정판 2017, 난외번호 1.7 및 제3절, https://www.bk.admin.ch/dam/de/sd-web/GApRW2tzdhqZ/rechtschreibleitfaden-2017.pdf. 이 지침은 연방관보와 연방법 공식 법령집에 실리는 텍스트에 구속력을 가진다. ↩
  4. Schweizerische Bundeskanzlei, Schreibweisungen: Weisungen der Bundeskanzlei zur formalen Gestaltung und zur Sprache von Texten des Bundes, 제2개정판 2013(2015년 정정), https://www.bk.admin.ch/dam/de/sd-web/YVHazXZRkqKn/schreibweisungen.pdf. 이 지침은 또한 영어 차용어 사용에 관한 권고를 언급하며, 독일어 공문서를 성평등한 방식으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
  5. HLS, Dominique Manaï-Wehrli, “Huber, Eugen”, https://hls-dhs-dss.ch/textes/d/D4533.php. ↩
  6. Kurt Siehr, “Swiss Civil Code (ZGB)”, Max Planck Encyclopedia of European Private Law (2012) 수록, https://max-eup2012.mpipriv.de/index.php/Swiss_Civil_Code_(ZGB). 이 글은 이 법전이 “쉬운 이해 가능성”으로 스위스 밖에서도 높이 평가되며, 「독일 민법전」(BGB)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총칙이 없다고 지적한다. ↩
  7. Die Praxis, https://www.pra.ch/. 이 간행물은 스스로를 연방대법원 판결 번역의 가장 포괄적인 아카이브로 소개하며, 데이터베이스에 7,700건이 넘는 판결을 보유하고 있다. ↩

일반적인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글은 법률 또는 세무 자문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자문을 대체하지 않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 관계를 성립시키지 않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의 법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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