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를 통한 민간 자산 회수
커먼로상 증거개시 제도의 부재
취리히에 자산이 있다고 의심하는 사기 피해자, 청산인 및 판결 채권자는 영국의 Norwich Pharmacal 명령, Bankers Trust 명령 또는 미국의 소송 전 증거개시(pre-trial discovery)에 상응하는 제도가 없는 법체계를 마주하게 된다. Norwich Pharmacal 명령은 불법행위에 연루된 제3자, 전형적으로는 은행에게 피해자가 불법행위자를 특정하거나 자산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한다.1 스위스 민사소송은 제한적인 공개 의무만을 인정한다. 당사자는 법원이 명령한 경우 소송 진행 중에 문서를 제출하여야 하며, 원고는 증거가 멸실될 위험이 있거나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소송 제기 전에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에 대하여 제3자의 계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일반적 명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26년에 발간된 국제 사기 및 자산추적에 관한 실무 가이드는 스위스에 커먼로상의 증거개시 제도가 없으며, 특정된 가압류 명령의 범위를 벗어나 피고에게 자산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2
추적 수단으로서의 형사고소
이러한 이유로 형사고소는 취리히에서 사적 자산회수의 고전적 수단이다. 사기, 형사상 배임 또는 자금세탁을 이유로 고소를 제기하고 사인 원고로서 절차에 참가한 피해자는 당사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그중에는 「스위스 형사소송법」(CrimPC) 제101조 및 제107조에 따른 기록열람권이 있으며, 이는 통상 피의자에 대한 첫 신문과 주요 증거의 수집 이후에 인정된다. 검사는 은행에 문서 제출을 명할 수 있고, 장래의 몰수 또는 피해자에 대한 반환을 위하여 계좌를 동결할 수 있다. 앞서 인용한 실무 가이드는 형사고소가 피해자에게 기록 접근을 허용하고 검사가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동결명령을 발령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를 주된 수단으로 설명한다.3
이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취리히 검사들은 형사고소가 주로 민사소송이나 외국 소송에 사용할 문서를 확보하기 위하여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검사는 피의자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기록 접근을 제한할 수 있으며, 사실관계가 순수한 민사 분쟁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절차 개시를 거부할 수 있다. 피해자는 또한 수사에 시간이 소요되고 수사 진행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수하여야 한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서 취리히 검사는 사법공조를 통하여 외국 당국과 협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인 원고는 앞서 설명한 공식 경로로부터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게 된다.
「연방 채무추심 및 파산법」에 따른 가압류
형사상 동결에 대응하는 민사상 수단은 「연방 채무추심 및 파산법」(DEBA) 제271조에 따른 가압류(Arrest)이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 채무자의 자산이 스위스에 소재한다는 점, 그리고 법정 가압류 사유 중 하나가 존재한다는 점을 소명하여야 한다. 국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유는 채무자가 스위스에 거주하지 않고 채권이 스위스와 충분한 관련성을 가지거나 집행권원에 기초하는 경우이다. 가압류가 송달된 후에는 은행 및 기타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보유하는 자산을 공개하여야 한다. 은행 비밀유지는 채무추심에서의 협력의무에 우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4 가압류는 대물적으로 작용한다. 가압류는 채권자가 충분히 구체적으로 특정한 자산, 통상 은행과 가능하면 지점까지 명시한 자산에만 미친다. 취리히의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탐색적” 가압류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정성 요건으로 인하여 형사절차나 외국의 증거개시를 통하여 얻은 정보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루가노 협약」 당사국의 외국 판결은 스위스에서 간이절차로 승인·집행되며, 가압류는 집행가능선언과 결합될 수 있다. 영국의 전 세계적 자산동결명령(worldwide freezing injunction)과 같은 외국의 동결명령도 일정한 요건 아래 「루가노 협약」상의 보전처분으로 승인될 수 있다. 위 실무 가이드는 스위스가 외국의 파산선고와 Mareva형 동결명령을 승인하며, 후자의 경우 처음에는 상대방 심문 없이 승인한다고 기술한다.5
외국 도산절차의 승인
외국 청산인에게는 2019년 1월 1일 시행된 「국제사법에 관한 연방법」의 개정이 상당한 개선이었다. 외국 파산선고의 승인에 관한 상호주의 요건이 폐지되었고, 채무자의 본점 소재지에서 내려진 선고 외에 채무자의 주된 이익의 중심지 국가에서 내려진 선고도 승인될 수 있게 되었다. 종전에는 승인 후 필수적이었던 스위스 내 부수 파산절차는 담보채권, 스위스 채권자의 우선채권 및 스위스 지점 채권자의 채권이 없는 경우 생략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 관재인은 스위스에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고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며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주권적 행위는 할 수 없다.6 이 개정으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또는 싱가포르의 도산 실무가들이 취리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도산한 회사가 스위스 은행에 보유하던 자산을 회수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스위스에서 사용하기 위한 외국에서의 증거개시
스위스법에는 증거개시 제도가 없으므로, 실무가들은 외국에서 정보를 구한다. 가장 강력한 외국의 수단은 「미국 연방법전」 제28편 제1782조(Section 1782)이다. 이 조항은 미국 연방법원이 외국 법정에서의 절차에 사용하기 위하여 미국 내 사람에 대한 증거개시를 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조항은 미국 은행,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 은행 및 송금 청산기관으로부터 증거를 확보하는 데 활용되어 왔다.7 대부분의 미국 달러화 국제 지급은 뉴욕의 환거래은행을 거치므로, 원고는 미국 측 기록으로부터 취리히 계좌로 들어오고 나간 자금 흐름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원고는 그 결과를 이용하여 취리히에서 가압류를 얻거나 형사고소를 뒷받침할 수 있다. 영국의 공개명령(disclosure order) 및 역외 법역의 유사한 명령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반대 방향, 즉 외국 민사소송을 위한 스위스에서의 증거조사는 「헤이그 증거조사협약」이 규율한다. 스위스는 제23조에 따라 소송 전 증거개시를 위한 촉탁서의 집행을 제한하는 선언을 하였으며, 「스위스 형법」(SCC) 제271조는 외국 당국을 위하여 스위스 영토에서 행하는 모든 증거수집 활동에 허가를 요구한다.8 따라서 취리히의 은행으로 하여금 문서를 제출하게 하려는 외국 법원은 스위스 중앙당국을 거쳐야 하며, 은행은 스위스 법원이 명하는 것만을 제출할 수 있다.
암호자산
암호자산의 추적은 새로운 차원을 더하며, 이 책의 J부에서 이를 상세히 다룬다. 블록체인 분석을 통하여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보다 이체를 더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결정적인 단계는 여전히 주소 배후에 있는 사람을 특정하는 것이며, 이는 통상 규제 대상 거래소나 보관기관에서 이루어진다. 스위스법은 이에 맞추어 변화하였다. 2021년 「분산원장기술법」(DLT Act) 이후 「연방 채무추심 및 파산법」 제242a조는 파산한 보관기관이 보유한 암호자산을 권리 있는 고객을 위하여 분리할 수 있도록 한다.9 암호자산을 압수한 형사당국은 절차 진행 중 이를 보전하고 평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10 암호자산이 관련된 투자사기의 피해자에게도 수단의 순서는 전통적인 사건과 동일하다. 즉 블록체인 추적, 특정된 보관기관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 또는 가압류, 그리고 자산이 스위스를 벗어난 경우에는 외국 당국과의 협력이다.
주석
- Norwich Pharmacal Co v Customs and Excise Commissioners [1974] AC 133 (House of Lords). Bankers Trust Co v Shapira [1980] 1 WLR 1274 (Court of Appeal)는 추적 청구에서 은행 문서의 공개에 관한 관련 명령을 확립하였다. ↩
- Chambers and Partners, “International Fraud & Asset Tracing 2026 – Switzerland”, Global Practice Guides, https://practiceguides.chambers.com/practice-guides/international-fraud-asset-tracing-2026/switzerland. ↩
- Chambers and Partners, “International Fraud & Asset Tracing 2026 – Switzerland”, https://practiceguides.chambers.com/practice-guides/international-fraud-asset-tracing-2026/switzerland, 형사절차 및 기록 접근에 관한 부분. ↩
- LALIVE, “Switzerland”, in Lexology Getting the Deal Through – Asset Recovery (2024), https://www.lalive.law/wp-content/uploads/2024/02/Switzerland.pdf, 가압류 및 DEBA 제91조·제275조에 따른 공개 의무에 관한 부분. ↩
- Chambers and Partners, “International Fraud & Asset Tracing 2026 – Switzerland”, https://practiceguides.chambers.com/practice-guides/international-fraud-asset-tracing-2026/switzerland, 외국 명령의 승인에 관한 부분. ↩
- Urs Boller and David Peter, “Cross-Border Insolvency in Switzerland: Amendments to the Law as of 1 January 2019”, MLL News Portal, 2019년 1월 16일, https://www.mll-news.com/cross-border-insolvency-in-switzerland-amendments-to-the-law-as-of-1-january-2019/?lang=en. ↩
- Milbank LLP, “28 U.S.C. § 1782: Powerful Tool in the US to Obtain Discovery for Use in Foreign Proceedings”, 2024년 5월 23일, https://www.milbank.com/en/news/28-usc-1782-powerful-tool-in-the-us-to-obtain-discovery-for-use-in-foreign-proceedings.html. ↩
- 연방법무청(Federal Office of Justice), “International Mutual Legal Assistance in Civil Matters”, https://www.bj.admin.ch/bj/en/home/sicherheit/rechtshilfe/zivilsachen.html, 2026년 2월 12일 최종 갱신. ↩
- Chambers and Partners, “International Fraud & Asset Tracing 2026 – Switzerland”, https://practiceguides.chambers.com/practice-guides/international-fraud-asset-tracing-2026/switzerland, 암호자산에 관한 부분. ↩
- LALIVE, “Switzerland”, in Lexology Getting the Deal Through – Asset Recovery (2024), https://www.lalive.law/wp-content/uploads/2024/02/Switzerland.pdf, 압수 자산의 관리에 관한 부분. ↩
일반적인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글은 법률 또는 세무 자문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자문을 대체하지 않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위임 관계를 성립시키지 않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의 법적 상황을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