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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이전: 상인, 중개인과 환어음

상인이사회(Kaufmännisches Direktorium)와 중개인 규제

취리히에는 거래소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시장이 있었다. 매수인과 매도인을 연결하는 중개인의 필요성은 먼저 상품 거래와 환어음 거래에서 나타났다. 거의 두 세기 동안 이 거래를 규율한 기구는 상인이사회(Kaufmännisches Direktorium)였으며, 그 설립 헌장은 1662년 10월 30일 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상인이사회는 16세기 말 급속히 팽창하던 직물 무역의 필요에서 생겨났는데, 이 무역은 17세기 중엽에 이르러 상인들의 상설 조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선출된 7명의 이사(1710년 이후 12명으로 증원)는 관세 문제, 우편 업무 및 중개인의 영업을 규율하였고, 직물산업의 선대제 노동자를 감독하였으며, 품질 규칙을 시행하고 상사 분쟁을 중재하였다. 상인이사회는 또한 수수료를 받고 일하는 중개인인 젠잘레(Sensale)를 고용하였으며, 수입 및 수출 직물에 부과한 징수금을 이사회 기금(Direktorial-Fond)에 모아 그 활동 재원으로 삼았다.1

구체제(앙시앵 레짐)의 기관으로서 상인이사회는 특권에 의존하였는데, 프랑스 혁명과 헬베티아 공화국은 이 특권을 일소하였다. 1803년 우편 독점권이 국가로 넘어가자 상인이사회는 가장 수익성 높은 활동을 잃었다. 1834년에는 주(칸톤) 상공회의소로 대체되었고, 이후로는 주로 상당한 규모의 축적 자산을 관리하였다. 취리히 주립 문서보관소(Staatsarchiv)의 기록 설명은 이 자산을 114만 굴덴 이상으로 기재하고 있다. 거래소의 역사에서 상인이사회가 중요한 것은 그 해산 이후에도 살아남은 두 가지 전통을 확립하였기 때문이다. 첫째는 상거래의 중개인이 공적인 행위 규범에 따라야 하며, 누가 어떤 조건으로 중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다. 둘째는 상인들이 정해진 시간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어음을 결제하며 가격을 합의하는 관행이다. 취리히 거래소 100주년사는 그 첫 장에서 이 관행을 “Kauffmanns-Zusammenkünffte, Mäckler, Sensale und Wechselbriefe”라는 18세기식 제목 아래 서술하고 있다.2

옛 도시의 중개인 규정(Sensalenordnungen)이 규율한 거래에서 중개의 대상은 비단, 면화, 직물, 그리고 리옹, 프랑크푸르트, 아우크스부르크 또는 베네치아를 지급지로 발행된 환어음이었다. 주식과 채권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이 책의 C부에서 서술하는 취리히의 상가(商家)들은 자기자본, 가문의 예탁금, 선대제의 수익으로 자금을 조달하였으며, 도시국가의 공채는 규모가 작고 대부분 국내 기관이 보유하였다. 1755년 이후 Leu & Co.의 외국 공채 투자처럼 취리히 자본이 증권에 투자된 경우에도, 거래는 해당 기관과 외국 은행가 사이에서 직접 교섭되었으며, 가격이 공개적으로 형성되는 현지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18세기에 베른주(칸톤)는 영국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주식을 보유하였는데, 이는 스위스 공공자본이 외국 주식에 투자된 초기 사례이다.3 그러한 보유는 예외적이었다. 옛 동맹(구 연방)의 대부분 지역에는 공개 증권시장이 전혀 없었다.

취리히가 증권 거래에 늦게 뛰어든 이유

19세기 초 취리히는 비중이 대체로 비슷한 스위스의 여러 상업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스위스 역사사전(Historisches Lexikon der Schweiz, HLS)은 19세기 중엽까지 취리히가 금융 중심지로서 바젤, 제네바, 장크트갈렌에 뒤처져 있었다고 지적한다.4 제네바에는 프랑스 공공재정에 관여한 프라이빗 뱅커의 전통이 있었고, 바젤에는 알자스, 남부 독일 및 라인강 교역과 긴밀한 유대를 가진 상인 은행가 집단이 있었다. 취리히의 자본은 주로 자체 직물산업에 투자되었다. 헬베티아 공화국과 조정(Mediation) 시대는 옛 중개인 규제를 중단시켰지만 새로운 질서를 그 자리에 세우지는 않았다. 왕정복고기의 주(칸톤)들은 각기 별도의 화폐를 가진 작고 분열된 관할구역이었으므로, 주 경계를 넘는 증권 거래는 여전히 어려웠다.

철도의 등장은 조달해야 할 자본의 규모를 바꾸어 놓았다. 철도회사에는 수천만 프랑이 필요하였는데, 이는 개별 상가의 자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으므로, 철도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은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분산되어야 했다. 스위스 주식시장에 관한 한 핸드북의 장은, 스위스의 비교적 느린 산업화와 높은 비상장 기업 비율이 거래소의 출현을 늦추었으며, 19세기 후반의 막대한 자금 수요, 무엇보다 철도를 위한 수요가 비로소 공개 주식금융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냈다고 지적한다.5 C부와 D.I장에서 논의하는 1848년 「연방헌법」, 1850년 「화폐법」, 1852년 「철도법」은 통화를 통일하고 내부 관세를 폐지하며 철도 건설을 민간 회사에 맡김으로써 그러한 시장의 조건을 마련하였다.

주석

  1. Staatsarchiv des Kantons Zürich, “D Archiv des Kaufmännischen Direktoriums, 15. Jh.–19. Jh. (Fonds)”, 기록 설명, https://suche.staatsarchiv.djiktzh.ch/detail.aspx?ID=259089. 이 설명은 1662년 10월 30일의 헌장, 7명(후에 12명)의 이사 및 중개 기능을 명시하고 있다. ↩
  2. Hans Rudolf Schmid, Richard T. Meier, Die Geschichte der Zürcher Börse, 거래소 100주년을 맞아 Effektenbörsenverein Zürich가 발간, 목차(“Von Kauffmanns-Zusammenkünfften, Mäcklern, Sensalen und Wechselbriefen”, “Das Sensalenwesen im Staate ‘Meiner Gnädigen Herren’”, “Das Kaufmännische Direktorium”, “Die erste Sensalenordnung von Zürich”, “Die Sensale Zürichs bis zum Umsturz 1798” 각 장), https://urn.ub.unibe.ch/urn:ch:slsp:zbz:991132393929705501:ihv:pdf. ↩
  3. Swiss Finance Museum (SIX), “The history of trading”, https://www.finanzmuseum.ch/en/home/visit/guided-tours/history-of-trading.html. 이 자료는 베른이 1719년부터 1734년 사이에 남해회사 주식을 취득한 사실을 언급한다. 1720년 베른의 금융 위기는 스위스 투자자들이 그 10년간의 투기적 사건에 가담하였음을 상기시킨다. ↩
  4. Historisches Lexikon der Schweiz (HLS), Nicola Behrens, “Zürich (Gemeinde)”, 2015년 1월 25일 판, http://www.hls-dhs-dss.ch/textes/d/D171.php. ↩
  5. “Swiss Equity Markets”, 유럽 주식시장에 관한 Springer 단행본(2023)의 제9장,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978-3-031-23194-0_9. 저자들은 이러한 수요가 “은행 대출과 순이익 같은 전통적인 민간 자금원을 압도하였다”고 서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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