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의 비용: 통행세, 호위, 여정의 위험
중세 상인에게 제네바를 중계지로 선택하는 일은 하나의 계산의 결과였다. 그 금액은 시기, 경로, 상품에 따라 크게 달랐지만, 계산을 이루는 항목들은 알려져 있다. 첫째 항목은 다리, 고개, 영주령의 경계를 지날 때 부과되는 통행세와 관세였다. 둘째 항목은 운송 그 자체로서, 짐 싣는 가축의 임차료, 마부와 노새몰이꾼의 품삯, 호수 위 선박 운송비가 여기에 속했다. 셋째 항목은 체류 비용으로서, 숙박, 식사, 창고 보관, 중개인 수수료를 아울렀다. 넷째 항목은 수치로 나타내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서 도난, 약탈, 몰수, 훼손, 지연 등의 위험에 해당했다.
상인들에게는 이 마지막 항목을 줄일 수단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화물을 나누어 보내고, 대열을 이루어 이동하며, 현지 안내인을 쓰고, 자신들이 지나는 영지의 영주들에게 통행 보증서를 구했다. 또한 코멘다 계약과 상사를 통해 위험을 여러 동업자에게 분산했다. 이를 통해 자금 제공자는 이익과 손실을 나누면서 여행하는 상인이 이끄는 원정에 자금을 댈 수 있었다. 14세기 이탈리아 항구들에서 등장한 해상보험은 바다로 운송되는 화물을 보장했다. 반면 육상 운송에는 이에 비견할 보장이 대체로 없었다.1
이러한 조건에서 경로의 안전에 대한 평판은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경로에서는 호위 비용을 줄이고, 더 적은 동업자와 함께 이동하며, 손실 보전에 돌리는 이윤의 몫을 줄일 수 있었다. 따라서 중계지로서는 관세를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주변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이익이었다. 제네바 당국은 플라토 지역의 스위스 도시들의 당국과 마찬가지로 이를 알고 있었다. 통행세를 지나치게 높게 매기면 교통이 다른 경로로 돌아가고, 그와 함께 수입도 사라진다.
예시. 가치가 1,000단위인 비단 한 꾸러미가 밀라노에서 제네바로 운송된다. 운송비는 40단위, 통행세는 25단위, 숙박과 창고 보관은 10단위, 중개 수수료는 5단위이며, 상인은 손실 위험에 대비해 20단위를 따로 떼어 둔다. 통과에 드는 총비용은 100단위로, 상품 가치의 10%에 이른다. 가치가 200단위인 보통 직물 한 꾸러미가 절대액으로 비슷한 비용을 부담한다면, 그 비용은 상품 가치의 최대 50%에 이를 것이다. 이 수치들은 가상의 것이지만, 장거리 육상 교역이 왜 고가 상품에 집중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이러한 총비용 기준의 사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자산관리 중심지를 고르는 국제 고객이나 사업 본거지를 고르는 트레이더 역시 수수료와 보수, 조세, 컴플라이언스 비용, 생활비와 인재 비용, 법적·정치적 위험, 통화 안정 등 일련의 비용과 위험을 비교한다. 수수료 수준은 그 계산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법적 안정성, 당국의 예측 가능성, 인프라의 질이 흔히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는 그것들이 통제하기 가장 어려운 항목, 곧 위험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주석
- Wikipedia (en), “Marine insurance”: 독립된 해상보험 계약은 14세기에 제노바 인근과 다른 이탈리아 도시들에서 발전한 뒤 북유럽으로 퍼졌으며, 보험료는 계절과 해적 활동에 따라 달랐다. Lloyd’s Coffee House(런던, 1680년대 말)는 “최초의 해상보험 시장”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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