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중립과 제네바의 소명
C부에서 상기한 바와 같이 1815년 열강에 의하여 인정된 스위스의 중립은 제네바가 국제도시로서의 소명을 갖게 된 첫째 조건이다. 중립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어느 한쪽에도 유리하지 않은 만남의 장을 제공하며, 인도주의 기구에게는 교전 당사자에 의하여 도구화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준다. 오로지 스위스 시민으로만 구성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러한 중립으로부터 분쟁의 모든 당사자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1
중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스위스 도시들도 국제기관을 유치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연방 수도인 베른에는 만국우편연합 등 19세기 말에 창설된 여러 국제연합체가 자리 잡고 있다.2 제네바가 우위를 점한 것은 다른 강점 덕분이었다. 이 도시의 인도주의 및 자선 전통, 교양 있고 프랑스어를 쓰며 세계시민적인 엘리트의 존재, 프랑스·이탈리아·독일 사이의 지리적 위치, 호텔의 수준,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적십자와 D부에서 서술한 알라배마 중재로 얻은 명성이 그것이다.
언어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프랑스어는 외교의 언어였다. 중립국의 프랑스어권 도시는 각국 외교 당국에게 분명한 매력을 지녔다. J부에서 이 측면을 다시 다룬다.
이렇게 하여 1860년대부터 제네바는 외교회의, 학술대회, 국제협회, 행정연합 등 일련의 국제적 이니셔티브와 기관을 유치하였다. 이 도시는 평화주의, 자선 및 개혁 운동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아직은 소박하던 이러한 소명이 1919년의 큰 전환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주석
- Els Debuf, “Tools to do the job: The ICRC’s legal status, privileges and immunities”, International Review of the Red Cross, 제97권, 2015년, 209면, 주 12: “ICRC의 최고 기관인 총회(위원회라고도 한다)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15~25명의 위원을 스위스 시민 중에서 호선으로 충원한다.” Wikipedia (en),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최대 25명의 스위스인 위원으로 구성되는 총회, 위원은 4년 임기로 호선된다. ↩
- ITU, “ITU’s History”(itu.int): 최초의 국제전신협약은 1865년 5월 17일 파리에서 20개 창립 회원국에 의하여 서명되었다. 1868년 빈 회의는 직원 3명으로 베른에 사무국을 두기로 결정하였다. “1948년 ITU 본부는 베른에서 제네바로 이전되었다.” Dictionnaire historique de la Suisse(DHS, 스위스 역사사전), 항목 “Union postale universelle (UPU)”: 1874년 10월 9일 베른에서 협약이 서명되었고, 일반우편연합은 1878년 만국우편연합으로 개칭되었으며, 1948년 7월 1일부터 국제연합(UN) 전문기구가 되었고, 본부는 베른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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