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오래 이어지는 상사들
개신교 은행에서 생겨난 여러 상사는 수 세기를 넘어 살아남았다. 제네바에 자리 잡은 가문의 일원이 18세기 초 파리에서 설립한 말레(Mallet) 상사는 흔히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1 취리히 출신 은행가가 18세기 말 파리에서 설립한 오탱게르(Hottinguer) 상사는 현대까지 존속하였다.2 들레세르(Delessert) 가문 같은 다른 가문들은 19세기 프랑스 은행업과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3
19세기에 이 가문들은 파리에서 이른바 “haute société protestante”(개신교 상류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프랑스 경제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은행가, 기업가, 명사들의 집단이었다.4 이들과 제네바의 유대는 혼인 동맹, 투자, 사업 관계를 통하여 긴밀하게 유지된다.
제네바 자체에서도 오늘날의 대형 프라이빗 뱅킹 상사 가운데 여럿이 이 전통을 이어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설립되었다. D부에서 그 역사를 되짚을 것이다. 여기서는 현대 제네바 프라이빗 뱅킹이 18세기에 유럽적 규모로 자본을 관리하고, 신뢰를 가꾸며, 위기를 견뎌 내는 법을 익힌 집단의 연속선 위에 서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개신교 은행의 가장 오래 남는 교훈은 아마도 신뢰에 기초한 네트워크의 가치에 있을 것이다. 법적 제도가 취약하고 정보가 느리게 전달되던 세계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는 국가도 익명의 시장도 조직할 수 없었던 거래를 가능하게 하였다. 오늘날 제도는 더 견고하고 정보는 즉시 전달된다. 그럼에도 신뢰는 여전히 자산관리의 핵심에 있으며, 자산관리에서 고객은 매우 중요한 정보와 자산을 은행가에게 맡긴다. 개인적, 가족적, 직업적 네트워크는 알고리즘이 대체하지 못한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주석
- Musée protestant, “La banque Mallet” (museeprotestant.org): 제네바 개신교도 이자크 말레(Isaac Mallet, 1684–1779)가 1713년에 설립한 은행으로, 구체제에서 번영하였으나 혁명으로 쇠락하였다. 1799년 이후 말레 가문은 프랑스 은행(Banque de France)의 설립에 참여하였으며, 기욤 말레(Guillaume Mallet)는 그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최초의 보험회사들과 최초의 철도에도 참여하였다. ↩
- Wikipedia (en), “Hottinger & Cie”: “Rougemont, Hottinger & Cie 은행은 1786년 장콘라드 오탱게르(Jean-Conrad Hottinguer)가 파리에서 설립하였다”. 1790년 10월 15일 드니 드 루주몽(Denis de Rougemont)과 결별하고 Hottinger & Cie를 설립하였다. 1803년 8월 18일부터 프랑스 은행 이사였다. Musée protestant, “La banque Hottinguer”: 장콘라드 오탱게르(1764–1841)는 취리히 출신으로, 1810년 제국 남작이 되었다. ↩
- Musée protestant, “La famille Delessert” (museeprotestant.org): 보주(칸톤)의 코소네 출신 가문이다. 파리의 은행가 에티엔 들레세르(Étienne Delessert)는 프랑스 최초의 보험회사 가운데 하나를 설립하였고 프랑스 은행의 설립(1800)에 참여하였다. 뱅자맹 들레세르(Benjamin Delessert)는 1802년부터 프랑스 은행 이사였으며, 1818년 파리 저축은행(Caisse d’épargne de Paris)을 공동 설립하였다. ↩
- Wikipedia (en), “Haute société protestante”: 주로 가톨릭인 프랑스에서 연대와 은밀한 영향력을 지녔다고 여겨진 부유한 개신교 가문들(오탱게르, 말레, 베른, 들레세르, 슐룅베르제, 푸조, 세이두, 쾨클랭 등)의 집단이다. 역사가 에리크 붕제네르(Éric Bungener)에 따르면 HSP의 신화는 “제정기 프랑스 은행 이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그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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