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정기시의 환어음: 레트르 드 샹주(lettre de change)는 어떻게 작동했나
환어음은 중세의 가장 중요한 금융 혁신이다. 환어음은 하나의 수단으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 주화를 운반하지 않고 먼 거리로 가치를 이전하고, 통화를 교환하며, 그 만기까지 신용을 공여한다. 제네바 정기시에서 환어음은 이 도시를 유럽의 주요 결제지 가운데 하나로 만들 만큼의 규모로 사용되었다. 그 작동 원리는 면밀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오늘날의 무역금융도 같은 발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 가지 역할
전형적인 환어음에는 네 당사자가 관여하며,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혼동이 이 수단에 대한 오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 역할 | 하는 일 | 예 |
| 송금 의뢰인 | 발행지에서 금전을 지급한다 | 제네바에서 자금이 필요한 피렌체 상인 |
| 발행인 | 그 지급을 대가로 환어음을 발행한다 | 피렌체의 은행 가문 |
| 지급인 | 지급지에서 환어음을 지급한다 | 그 가문의 제네바 지점 |
| 수취인 | 현지 통화로 금액을 수령한다 | 정기시에 나가 있는 상인의 대리인 |
이탈리아 대상사(大商社)들의 실무에서는 발행인과 지급인이 같은 가문의 지점인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이 수단에는 지점망이 필요하였고, 지점망을 갖춘 가문들이 시장을 지배하였다.
수익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
발행과 지급이 서로 다른 통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거래의 수익은 환율의 차이로 나타났다. 형식상으로는 이자를 받지 않았다.
교회법학자들은 이러한 분석을 받아들였다. 환전은 다른 장소에서 지급될 금전을 매입하는 것이고, 매입은 일정한 가격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발행인에게 불리하게 움직일 위험은 이 거래를 이자부 대출과 구별 짓는 불확실성의 요소를 제공하였다.
그 실무상 결과는 신용 비용이 어디에도 이율이 명시되지 않은 채 가격 속에 내재되었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거래 간 비교가 어려웠다. 환율을 제시하는 가문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장점이었다.
어음 기간, 인수, 거절증서
세 가지 추가 요소가 이 수단을 상업 실무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하였다.
어음 기간(usance)은 특정한 두 장소 사이에서 발행과 만기 사이의 관습적 기간이었다. 먼 도시 사이에서는 더 길고, 인접한 도시 사이에서는 더 짧았다. 이는 신용 기간을 표준화하고 환어음을 비교 가능하게 하였다.
인수는 지급인이 환어음에 서명함으로써 만기에 지급하겠다고 하는 약정이었다. 인수 전에는 소지인이 발행인의 약속만을 가졌으나, 인수 후에는 두 명의 채무자를 가졌다.
거절증서는 대개 공증인이 작성하는 것으로, 제시가 이루어졌고 지급이 거절되었다는 공식 기록이었다. 이는 발행인과 배서인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보전하였다. 바로 여기에서 제네바의 공증 전통과 금융 전통이 교차한다. 이 도시에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증서를 작성할 수 있는 관리들이 있었다.
결제일로서의 정기시
정기시는 환어음에 달력을 부여하였다. 만기는 다음 정기시로 정해졌다. 정기시에서 채권들은 서로 대조되어 상계되었고, 남은 차액만이 주화로 이동하였다.
이것이 다자간 네팅이며, 그 이점은 오늘날이나 그때나 같다. 운송 중인 주화가 줄고, 분실이나 강도의 위험이 줄며, 묶여 있는 자본이 줄고, 모두가 집중하는 단일한 결제일이 생긴다. 제네바의 역할은 이탈리아와 북서유럽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 네팅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1462년 이후 정기시를 리옹에 빼앗긴 것은 제네바에 상품 시장 이상의 손실을 안겼다. 그것은 도시에서 결제 기능을 앗아 갔으며, 이 기능은 둘 중 더 가치 있고 되찾기 더 어려운 것이다.
배서와 그것이 바꾼 것
환어음은 배서, 즉 뒷면에 기재하는 양도 문구를 통해 양도 가능해졌다. 배서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나타나지만, 16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일반화된다.
이 변화는 근본적이다. 배서 이전의 환어음은 특정된 당사자 사이의 사적인 약정이며, 만기 전에 돈이 필요한 소지인은 이를 담보로 차입해야 한다. 배서 이후에는 환어음 자체가 유통된다. 지급 수단으로 넘겨줄 수 있고, 각 배서인은 사슬에 자신의 책임을 더한다. 이 수단은 사실상 상인들의 화폐가 된다.
18세기에는 할인, 즉 은행이 만기 전에 공제액을 차감하고 환어음을 매입하는 방식이, 그리고 이후에는 수표가 그 기능을 넘겨받았다. Dictionary of Swiss history는 배서의 확산 시기를 16세기 말로 보는데, 이는 일반적인 서술에서 때때로 제시되는 17세기보다 다소 이르다.
현대 무역금융에 남아 있는 것
낡은 용어를 걷어 내면, 중세 환어음의 네 가지 발상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 서류가 청구권을 체화한다. 서류의 점유와 그 외관상의 적정성이 권리를 결정한다. 화환신용장도, 선하증권도 이렇게 작동한다.
- 심사는 형식적이다. 지급인은 기초 거래가 아니라 증권을 확인한다. 화환신용장의 엄격일치 원칙은 이 원칙의 직계 후손이다.
- 수익은 차이 속에 있다. 두 시점, 두 장소, 두 통화 또는 두 가격 사이의 차이이다. 트레이딩 회사들은 지금도 바로 이러한 차이에서 수익을 얻는다.
- 책임의 사슬이 신용 평가를 대신한다. 각 배서인은 채무자를 한 명 더하고, 각 확인은행은 약정을 하나 더한다. 최종 채무자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책임의 사슬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취약점 또한 같다. 진정성과 유일성에 그 가치가 달려 있는 증권은 위조되거나 이중으로 발행될 수 있으며, 서류의 외관을 신뢰하는 소지인은 어느 쪽에 대해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2020년의 다중 금융 사기가 악용한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제네바의 공증인들이 지급거절을 이유로 환어음에 대한 거절증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 5세기가 지난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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