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지에 위원회: 무엇을 조사했고 무엇이 뒤따랐나
역사학자 Jean-François Bergier가 위원장을 맡은 ‘스위스–제2차 세계대전 독립전문가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of Experts Switzerland – Second World War)는 전쟁 기간 스위스의 역할에 관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진 가장 광범위한 역사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 글은 위원회가 설치된 경위, 위원회가 조사하고 밝혀낸 내용, 최종보고서에 대한 반응, 그리고 스위스 금융 중심지가 휴면자산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살펴본다.
휴면계좌에서 전문가위원회로
1945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나치즘 피해자들이 스위스에 예치한 자산은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었다. 살해된 친족의 계좌를 추적하려던 상속인들은 수용소에서 살해된 사람의 사망증명서와 같이 도저히 제출할 수 없는 증빙을 요구받았다. 위원회에 관한 영어판 Wikipedia 항목은 휴면자산에 관한 1945년의 결정이 2년 동안만 유효하였고 국제적으로 공표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한다. 위원회 자체 간행물 제15권에 따르면 1962년 연방 결정에 근거한 절차에서 46개 은행이 총 620만 프랑에 달하는 739건의 휴면자산을 신고하였다.
이 문제는 1990년대 중반 다시 떠올랐다. swissinfo에 따르면 유대인 단체들은 1995년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자산에 관하여 스위스 은행들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TRT Français는 2026년 2월 4일, 같은 해 세계유대인회의(World Jewish Congress)가 스위스 은행들이 생존자들의 휴면계좌 접근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며 뉴욕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에서의 집단소송과 경제 제재 위협에 직면한 스위스 당국과 은행들은 뒤늦게 대응에 나선 뒤 여러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독립전문가위원회는 1996년 12월 13일의 연방 결정으로 설치되었다.
임무, 재원, 성과
Le Courrier 2022년 11월 24일 자 기사는 위원회의 당초 임무를 휴면자산, 즉 1933년부터 1945년 사이에 스위스 금융 중심지에 예치되었으나 전후 그 소유자가 회수하지 못한 자산의 실체를 밝히는 것으로 설명한다. 위원회의 연구 프로그램은 곧 추축국과의 경제 관계와 난민 송환 문제로 확대되었다. infoclio.ch가 공개한 학술대회 보고서는 약 20개의 주요 주제를 열거하는데, 금 및 외환 거래, 자산관리, 미술품 및 보석 거래, 스위스 군수산업, 수출입 금융, 은행 감독 등이 그에 포함된다.
재원은 상당하였다. Le Courrier에 따르면 위원회의 예산은 2,200만 프랑이었고, 위원회는 총 1만 1,000쪽이 넘는 25권의 연구서와 4개 언어로 번역된 5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제네바 대학교는 2022년 5월 19일 자 간행물에서 참여 연구자 수를 120명 이상으로 집계한다. 보고서의 최종판은 Bergier가 2009년 사망하기 7년 전인 2002년 3월 22일에 나왔다.
위원회의 조사 대상
금 거래는 가장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전쟁 중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독일 제국은행(Reichsbank)으로부터 금을 매입하였는데, 그 일부는 피점령국 중앙은행의 준비금과 그 밖의 약탈에서 나온 것이었다. 『스위스 역사사전』(Dictionnaire historique de la Suisse, DHS)은 제2차 세계대전 항목에서 제국은행의 금 매도액을 스위스 국립은행에 대하여 12억 1,200만 프랑, 대형 은행들에 대하여 2억 6,700만 프랑으로 제시한다. 영어판 Wikipedia 항목은 최종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독일 국립은행이 스위스 상업은행들에 1억 120만 프랑, 스위스 국립은행을 통하여 12억 3,110만 프랑 상당의 금을 매도하였다고 기술한다. 두 수치가 서로 다르므로 각각 그 출처와 함께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다 넓은 경제적 배경도 중요하였다. DHS에 따르면 1940년 8월 9일과 1941년 7월 18일의 협정은 독일 제국에 8억 5,000만 프랑의 청산 신용을 공여하였다. 난민 정책은 또 하나의 주요 연구 분야였다. DHS에 따르면 1942년 11월 독일이 남프랑스를 점령한 뒤 스위스는 1942년 12월 29일 채택된 경찰 지침을 통하여 입국 허용을 대폭 제한하였다. Wikipedia 항목은 전쟁 기간 2만 명이 넘는 난민이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추방되었다고 밝힌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들 가운데는 스위스 은행에 자산을 보유한 사람도 있었으며, 이 점에서 난민 문제는 휴면계좌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합의와 반응
연구와 나란히 정치적·재정적 해결 과정도 진행되었다. swissinfo에 따르면 연방평의회, 스위스 국립은행, 민간 기관들은 1997년 3억 프랑 규모의 인도주의 기금을 조성하였다. 이 사건에 관한 프랑스어판 Wikipedia 항목에 따르면 Paul Volcker가 위원장을 맡아 스위스은행가협회(Swiss Bankers Association)와 함께 작업한 위원회는 1999년, 59개 은행의 5만 3,886개 계좌에 걸쳐 2억~4억 프랑으로 추산되는 휴면자산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1998년 8월 12일 대형 은행들과 유대인 단체들은 12억 5,000만 달러, 당시 환율로 18억 7,000만 프랑의 포괄적 합의를 체결하였다. swissinfo는 이 합의로 논란의 재정적 측면이 종결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합의는 보고서를 둘러싼 정치적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swissinfo는 1998년 이후 위원회의 작업에 대한 정부와 의회의 관심이 급격히 줄었으며, 의회는 최종보고서를 한 번도 심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2002년 5월 국민의회(National Council) 법사위원회는 그러한 심의를 요구하는 동의안을 부결하였다. 20년 뒤의 한 학술대회 보고서는 대중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고만 기록하였고, Le Courrier는 보수 진영이 지금도 이따금 보고서를 공격한다고 전한다. Bergier는 위원회가 많은 질문에 답하는 한편 새로운 질문도 제기하였다고 보았다.
금융 중심지에 일어난 변화
연방법무청(Federal Office of Justice)에 따르면 휴면자산에 관한 「은행법」(BankA)의 개정 규정이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은 공개 공고 후에도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을 청산할 수 있다.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위스은행가협회 지침에 따르면, 자산은 마지막으로 기록된 접촉 시점부터 10년이 지나면 휴면 상태가 된다. 이어 「은행법」 제37m조는 휴면 상태가 50년 지속된 500프랑 초과 자산을 공고하도록 요구하며, 그 후 자산을 청산하고 순수익을 연방재무청(Federal Finance Administration)에 이전하도록 한다.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TRT Français는 2026년 2월 4일, 미국 상원의원들에 따르면 Credit Suisse가 나치 정권과 연관된 약 900개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UBS는 Credit Suisse의 전시 활동에 대한 자발적 검토가 1,650만 건이 넘는 문서를 대상으로 하며, 최종보고서는 2026년 말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사점
역사는 관리해야 할 리스크이다. 이 사건은 수십 년 전에 내린 결정이 기관과 그 승계 기관에 법적·재정적·평판상의 결과를 안기며 되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수치에는 출처가 필요하다. 금 매입액과 휴면자산 추정치는 DHS, 최종보고서, Volcker 위원회 사이에 차이가 있으므로 각 수치에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
합의가 모든 문제를 종결하지는 않는다. 1998년의 합의로 소송은 끝났지만, 이후의 문제 제기와 2026년 상원 조사는 논란이 포괄적 합의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출처
- “Usages et mésusages des recherches historiques”, Le Courrier, 2022년 11월 24일.
- Université de Genève, “Vingt ans après le rapport Bergier, beaucoup reste à explorer”, 2022년 5월 19일.
- “Le rapport Bergier, 2002-2022. Quel bilan ?”, infoclio.ch(2026년 9월 확인).
- swissinfo.ch, “L’accord sur les fonds juifs a ‘libéré’ la Suisse” 및 “Le rapport Bergier, un an après”(2026년 9월 확인).
- TRT Français, “Selon des sénateurs américains, le Crédit suisse détient 900 comptes liés au régime nazi”, 2026년 2월 4일.
- Wikipédia (fr), “Affaire des comptes en déshérence”(2026년 9월 확인).
- Wikipedia (en), “Bergier commission”, 2002년 3월 최종보고서 요약(날짜 표기 없음).
- 독립전문가위원회, 제15권, Avoirs en déshérence(Bonhage, Lussy, Perrenoud), uek.ch의 요약(날짜 표기 없음).
- Dictionnaire historique de la Suisse, “Guerre mondiale, Deuxième”, hls-dhs-dss.ch(온라인 항목, 날짜 표기 없음).
- 연방법무청, “Fonds en déshérence”, bj.admin.ch(날짜 표기 없음).
- 스위스은행가협회, 연락두절 자산 및 휴면자산에 관한 지침, 2022년 7월 1일 시행(finma.ch 게재).
- UBS, “UBS Statement on Voluntary Review of Credit Suisse’s World War II Activities”, ubs.com(날짜 표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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