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에 걸친 돈의 가격
16세기에 바젤과 제네바의 시의회가 정기금과 대출의 통상 이율로 정한 5퍼센트는, 자본이 희소하고 위험이 높으며 투자 대안이 제한된 세계에서의 화폐 가격이었다. 이후 수 세기 동안 유럽에서 가장 발전한 경제권에서는 화폐 가격이 하락하였다. 당대 최고의 상업 경제였던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에서는 공채 이율이 3~4퍼센트로 떨어졌다. 17세기 말 금융혁명 이후 영국에서도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1 자본이 축적되어 있고 국내 투자 기회가 제한되었던 스위스 도시들도 낮은 이율을 경험하였다. 그 상인과 도시 귀족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에 투자하였는데, 외국 공채, 프랑스와 영국의 국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그 밖의 사업이 그 대상이었다. 제C부는 스위스 프라이빗 뱅킹의 발전을 준비한 이러한 해외 투자를 살펴본다.
스위스의 낮은 금리 수준은 줄곧 스위스 경제의 특징으로 남아 있다. 20세기에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로 알려졌는데, 이는 높은 저축률, 안정된 통화, 안전자산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 현상은 2015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의 기간에 극단에 이르렀다. 이 시기에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프랑의 절상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0.75퍼센트의 정책금리를 적용하였다. 그 기간 동안 은행들은 거액 예금에 마이너스 이자를 부과하였다.2 역사상 처음으로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기 위해 돈을 냈고, 돈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느냐는 오래된 질문은 역설적인 답을 얻었다. 자본이 넘쳐 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있는 세계에서는 돈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16세기의 5퍼센트에서 21세기 초의 마이너스 금리에 이르는 화폐 가격의 역사는, 이자에 관한 도덕적 논쟁이 특정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일깨워 준다. 자본이 희소하고 차주가 가난했을 때, 고리대 금지는 약자를 보호하였다. 자본이 풍부해지고 차주가 상인과 국가였을 때, 이자의 정당화는 자본이 생산적 용도로 흘러가게 하였다. 자본이 과잉이고 금리가 0 아래로 떨어지면, 예금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의 공정성과 통화정책 비용의 분배에 관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각 시대는 저마다의 신용 윤리를 가진다. 절제와 공정이라는 개혁파의 윤리는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할 수 있음을 입증해 왔다.
주석
- 17세기와 18세기 네덜란드 공화국과 영국의 금리 하락에 관해서는 Homer/Sylla, A History of Interest Rates, 제4판, 2005 참조. ↩
- 스위스 국립은행은 2015년 1월 15일부터(목표 범위로서, 2019년 6월부터는 공식적으로 SNB 정책금리로서) 2022년 9월 22일까지 마이너스 0.75퍼센트의 정책금리(SNB 정책금리)를 적용하였으며, 같은 날 금리를 플러스 0.5퍼센트로 인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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