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대한 납부의 종료
종교개혁은 바젤과 로마 사이의 자금 흐름도 끊어 놓았다. 1529년 이전에 바젤의 성직자들은 교황청에 초년도 수입세(아나테), 관면 수수료 및 그 밖의 부과금을 납부하였고, 시민들은 면벌부를 구입하였으며 그 수익의 일부는 로마로 흘러갔다. 한 세기 전 바젤 공의회는 이러한 납부를 폐지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종교개혁은 이를 최종적으로 폐지하였다.
관련 금액은 바젤 규모의 도시로서는 막대한 것이 아니었으나, 그 원칙은 중요하였다. 종교개혁은 외부 권력의 청구에 맞서 시민 공동체의 재정 주권을 내세웠다. 지역 교회의 재원은 지역 공동체의 통제 아래 지역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했다. 스위스의 주(칸톤)들이 16세기에 교황에 맞서 내세운 이 재정 주권의 원칙은 이후 제국, 프랑스 및 그 밖의 외부 청구에 맞서서도 주장되었다. 스위스 정치 문화의 이러한 상수는 오늘날 외국의 조세 청구를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스위스의 태도로 표현되며, 이러한 태도는 21세기 초까지 은행 비밀유지를 둘러싼 논쟁의 특징이었다.
E부에서 살펴보는 외국 고객에 대한 은행 비밀유지의 종언은 국제사회의 압력 아래 이 원칙이 뒤집힌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스위스는 2009년부터 2017년 사이에, 요청에 의한 정보교환과 이후의 자동 정보교환을 통하여 외국 세무당국이 스위스 은행에 있는 자국 납세자의 자산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1529년 바젤이 로마에 맞서 내세운 재정 주권은 5세기 뒤에 다른 주권국가들의 조세 청구에 의하여 제한되었다. 이 비교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로마에 대한 납부는 외국 권력이 지역 공동체에 대하여 가진 청구였던 반면, 외국 세무당국의 청구는 그들 자신의 납세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주권과 외부의 조세 청구 사이의 긴장은 스위스 금융 중심지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실마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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