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거법, 재판관할과 중재
준거법은 위에서 설명한 해석 규칙 중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를 결정하므로, 다국어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결정이다. 스위스 법원에서 준거법의 선택은 「스위스 국제사법」(PILA)이 규율한다. 제116조는 당사자들이 계약에 적용될 법을 명시적으로 또는 계약 조건이나 사정으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선택이 없는 경우 제117조는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을 지정하며, 이는 특징적 급부를 이행할 당사자의 상거소 또는 영업소가 있는 국가로 추정된다. 계약의 언어는 법원이 묵시적 선택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사정 중 하나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그러한 선택을 확립하지는 않는다.1
스위스는 「로마 I 규정」(Rome I)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이 규정은 덴마크를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 법원에서 계약상 채무에 적용될 법을 규율한다. 분쟁을 맡은 독일이나 프랑스 법원은 「로마 I 규정」을 적용하는 반면, 바젤 법원은 「스위스 국제사법」을 적용한다. 두 체계는 모두 당사자자치를 존중하고 특징적 급부를 기본 연결점으로 사용하므로, 대부분의 상사 사건에서 비슷한 결과에 이른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며, 특히 소비자계약과 근로계약, 그리고 국제적 강행규정의 취급에서 그러하다. 어느 국가에서 분쟁이 판단될지 예상할 수 있는 당사자는 실질 준거법뿐 아니라 그 국가의 국제사법도 확인해야 한다.2
스위스와 유럽연합 소재 당사자 사이의 관할합의조항은 2007년 「루가노 협약」이 규율하며, 이 협약은 2011년 1월 1일 스위스에서 발효되었다. 협약 제23조는 방식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조건으로 당사자들이 체약국 법원이 관할권을 가진다고 합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협약은 또한 그에 따른 판결이 다른 체약국에서 승인 및 집행되도록 보장한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후 협약 가입을 신청하였으나, 그 신청은 유럽연합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 따라서 스위스와 영국 사이의 판결은 국내법과 양자 간 약정에 따라 승인되며, 이 때문에 바젤 기업과 영국 상대방 사이의 계약에서는 중재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3
집필 시점에 알려진 바로는, 스위스는 유럽연합과 영국이 당사국인 2005년 「관할합의에 관한 헤이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2019년 「헤이그 판결 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스위스 법원에서 「루가노 협약」의 적용 범위 밖에 있는 관할합의는 「스위스 국제사법」 제5조가 규율하며, 이 조항은 합의가 서면으로 또는 텍스트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작성자는 영국 법원이나 스위스 법원을 선택한 합의가 다자간 협약에 근거하여 상대 국가에서 집행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4
중재는 바젤에서 체결되는 많은 국제계약에서 선호되는 분쟁해결 방법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사자들이 절차의 언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중재지를 둔 국제중재는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스위스 국제사법」 제12장이 규율한다. 이 개정은 중재판정에 대한 불복 절차에서 연방대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을 영어로 제출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2021년부터 Swiss Arbitration Centre가 관리하는 「스위스 국제중재규칙」(Swiss Rules of International Arbitration)은 당사자 간 합의가 없는 경우 중재판정부가 절차의 언어를 결정한다고 규정한다. 바젤 상공회의소는 2004년 그 중재기관이 Swiss Arbitration Centre의 전신인 Swiss Chambers' Arbitration Institution으로 통합된 상공회의소들 중 하나였다.5
다국어 계약을 위해 잘 작성된 중재조항은 중재지(예컨대 바젤), 규칙, 중재인의 수 및 중재의 언어를 지정한다. 독일어나 프랑스어로 된 문서는 번역 없이 제출할 수 있다고 덧붙일 수도 있는데, 이는 중재인과 대리인이 그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 비용을 절감한다. 바젤을 중재지로 하면 절차가 연방대법원의 감독을 받게 되고, 당사자들은 필요한 경우 임시적 처분과 중재인 선임을 위하여 주(칸톤) 법원을 이용할 수 있다. 바젤은 취리히와 제네바보다 중재 실무가가 적지만, 국경에 위치한 입지와 법조계의 다국어 역량 덕분에 스위스, 독일 및 프랑스 당사자 사이의 분쟁에 자연스러운 중재지가 된다.6
주석
- 「스위스 국제사법」(PILA, SR 291) 제116조 및 제117조. ↩
- Regulation (EC) No 593/2008 of 17 June 2008 on the law applicable to contractual obligations (Rome I). ↩
- Convention on jurisdiction and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judgments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 Lugano, 30 October 2007, 2011년 1월 1일부터 스위스에서 시행, 제23조. 영국의 가입 신청에 관하여는 202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통보 참조. ↩
- Hague Convention of 30 June 2005 on Choice of Court Agreements; Hague Convention of 2 July 2019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Judgments in Civil or Commercial Matters. 「스위스 국제사법」 제5조. ↩
-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스위스 국제사법」 제176조부터 제194조까지. 영어 서면 제출에 관하여는 「연방대법원법」(BGG, SR 173.110) 제77조 제2bis항 참조. Swiss Rules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2021), 중재 언어에 관한 규정. Swiss Chambers' Arbitration Institution의 연혁에 관하여는 그 간행물 참조. ↩
- 중재지로서 바젤의 선택과 「스위스 민사소송법」(CPC) 제356조 및 「스위스 국제사법」 제179조 및 제183조에 따른 주 법원의 역할에 관하여는 스위스 중재 문헌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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