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에 관한 칼뱅의 서한
이자에 관한 칼뱅의 가장 중요한 견해 표명은 1545년경에 쓴 한 통의 서한으로, 수신인은 아마도 이자부 대여의 적법성에 관해 그의 의견을 구했던 친구 Claude de Sachins였을 것이다. 필사본으로 유포되다가 그의 사후에 인쇄된 이 서한은 몇 쪽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가운데 하나로 불려 왔다.1
칼뱅은 먼저 이자에 반대하는 전통적인 논거들을 배척하였다. 그는 성경의 금지가 이스라엘 사회의 특수한 조건 속에 있던 이스라엘인에게 적용된 것이며, 외국인에게서 이자를 받는 것이 허용되었다는 점은 이자가 그 자체로 그릇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돈의 불임성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거도 일축하였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돈은 지갑 속에 있을 때에는 실로 불임이지만, 밭을 사거나 장사에 자금을 대는 데 쓰이면 수익을 낳는다. 그는 대주가 그 수익을 나누어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돈을 빌려 물건을 사서 이익을 남기고 판 상인은 그 대여로부터 이득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대주가 그 이득의 일부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칼뱅은 이자가 적법하게 되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필요에 쫓겨 돈을 빌리며 그리스도인이 대가 없이 빌려주어야 할 빈자에게서는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 대주는 이익에 몰두한 나머지 사랑의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율은 적정해야 하며 공권력이 정한 최고 한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대여는 대주의 사익만이 아니라 공공선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리고 거래 전체는 형평의 원칙과,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칼뱅의 서한이 지닌 의의는 그 결론 못지않게 그 방법에 있다. 칼뱅은 대여의 경제적 기능을 검토하고, 그것이 당사자와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에 따라 판단하였다. 이자의 도덕적 성격은 사정, 당사자, 이율에 따라 달라졌다. 이러한 맥락적·기능적 접근은 신용에 대한 도덕적 평가의 길을 열었다. 그 평가는 생산적 대여와 소비적 대여, 공정한 이율과 착취적 이율, 그리고 공동체에 봉사하는 대주와 공동체를 먹잇감으로 삼는 대주를 구별하는 것이었다.
주석
- 칼뱅의 고리대에 관한 서한(De usuris responsum)은 보통 1545년경으로 연대가 추정되며 Claude de Sachins에게 보낸 것으로, 사후에 인쇄되었다. Corpus Reformatorum(Calvini Opera, 제10권)에 수록된 칼뱅 서간집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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